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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비극적인 삶 속에서의 희망을 말한다.

by 타임러너 2024. 12. 31.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상실에 관하여...

책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제목을 보고

집어 들었다. 

대성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소설이겠지...

막연한 생각을 품고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는데... 

제목이 달라지는가 싶더니 주인공의 이름은 물론이고 소설의 내용도 완전히

바뀌는 걸 보고서야 아차 싶다.

의도치 않게 단편소설집을 읽게될 줄이야...

 

내가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이유는 딱 하나다.

뭔가 흥미로운 사건이 시작되는가 싶을 때 이야기가 끝이 난다는 것.

이 책 역시 나의 의심을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 하나 하나를 읽어 나가다 보면 

이 짧은 소설들이 어떤 한가지 소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나에게는 소설을 읽는 내내

이것이 꽤나 분명하게 각인되었다.

 

상실... 저자가 이것을 나타내는 방식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명료하고 간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에게는 더욱 슬프고 사실처럼 다가온다.

 

어느 날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되고 재기의 의지조차 상실한 채 하루종일 

tv만 보고 있는 실업자나 한때 사랑해서 결혼까지했지만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이혼을 앞둔 부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들까지 낳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었지만 알코올에 빠져 가정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남자, 이웃들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더 이상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는 남자, 아들의 생일날 아침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게 되는 부부의 이야기까지....

 

각각의 불행속에서 이들은 불행에 맞서고자 하지 않는다.

그냥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소설의 현실성을 극대화시킨다.

다만 이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던 남편들이 무엇인가 들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거나 내가 가장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할 때 

나보다 더 외롭고 무료한 인생을 살고 있던 다른 이의 위로가 나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는 것. 부부로서 최악의 상황인 폭행까지 일삼으면서도

그들에게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

이러한 소설 속 현실이 지극히 실재하는 삶과 닮아 있어서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이다.

들으면서도 듣지 못하고, 맹인이 아니지만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귀가 잘리고 눈을 감았을 때에서 야 들리고 보이는 역설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레이번드 카버에 대하여

레이먼드 카버(1938~1988)는 '현대 단편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단편 소설가로, 간결하고 섬세한 글쓰기로 유명하다.

그는 주로 미국 중산층이나 하류층의 삶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그는 젊은 나이에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소설이나 시를 꾸준히 쓰며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생전에 알코올 중독과 싸우던 그의 경험은 몇몇 작품 속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후 금주를 하고 1960년대부터 문학잡지에 그의 작품이 실리기 시작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로 쓰였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화려한 문체나 세부적인 표현을 피하는 그의 작품 성향은 독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깊이를 더하게 되었다.

그는 소설 속에서 주로 실패, 소외, 중독 등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었다. 

이러한 주제는 작품의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그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찾아볼 수 있어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의 작품은 간결한 문장 속에 등장인물을 의 복잡한 내면이 잘 담겨있어 호평을 받는데

1983년 쓰인 '대성당'은 후기 작품 중 대표작으로 이 전 작품들보다 더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8년 카버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아직도 그의 작품은 현대 단편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예로 사랑받고 있으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레이먼드 카버가 그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자 동반자였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작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성당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레이먼드 카버.『대성당』은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깃털들」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동시에 얻으며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올랐다
저자
레이먼드 카버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