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유하는 곳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언제나 한번 빠지면 계속해서 읽게 되는
그런 소설이 필요하다.
책 몇권을 단숨에 읽지 못하고 돌려가며 읽고 있는 요즘, 쉼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책을 고르다 서점에서 자주 눈에 띄었던 책 한 권을 집어든다.
'메리골드 마음세탁소' 제목만 봐도 힐링을 위한 책일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온다.
역시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귀가 많이 눈에 띄고 공감도 되긴 하지만
읽는 내내 깊은 감동 없이 단조롭기만 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목이 노골적으로 그 의도를 드러내듯이 책의 이야기 또한 같은 방식이라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매력이 떨어진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기억을 안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는 책임은 분명하다.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앞으로의 불행을 이겨내기 위한 힘이 되기도 한다'는
말을 곁에서 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힘든 기억을 지워주는 이 세탁소에서 사람들은 기억을 지우기도 하지만
본인의 아픈 기억을 그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치유받는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절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는 거라며 현실을 긍정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인생은 초록불인 것 같아도 노란불도 들어오고 빨간불도 들어온다.
가끔 빨간불에만 정체된 듯해도 어김없이 초록불이 된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길을 걷고 신호등에 따라 움직이는 것뿐이다.
(본문 중)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줄거리
신비한 능력을 가진 소녀는 본인의 능력을 잘 사용하지 못해
가족과 헤어지는 삶을 살게 되고 평생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자책하며 늙지도 못한 채 몇 세기를 살아간다. (도깨비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던 중 자신이 태어났던 마을과 비슷한 분위기의 마을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해 주는 능력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오픈한다.
그리고 바닷가 언덕 위에 멋진 2층짜리 세탁소가 피어나는 비 현실적인 현장을
목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적부터 친구사이인 연희와 재하는 각각 연인과의 이별, 진로의 고민으로
힘들어하던 중 신기한 모습으로 생겨난 세탁소를 호기심에 방문해 본다.
여느 세탁소와는 분위기도 다르고 사장인 지은은 20대로도 보이고
40대로도 보이는 신비한 외모에 깊은 눈을 가진 여자다.
나쁜 기억을 지워주겠다는 지은의 말에 처음에는 어리둥절 하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차를 마시고 이들은 각자 본인의 아픔을 털어놓게 된다.
그렇게 인플루언서로 살던 은별의 아픔을 지우고, 똑똑하고 잘 나가는 부모 형제를
둔 영호의 학창 시절 괴로웠던 기억을 지우기도 하며
힘들었던 사람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준다.
힘들게 혼자서 재하를 키워낸 재하의 엄마 연자씨는 말한다.
"행복한 일은 널려있어요. 늦잠을 자고 허겁지겁 일어났는데 주말인 걸 알고
안도하며 마저 자는 잠은 얼마나 달큼한지...
불행한 순간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런 날들이 있었으니 오늘이 좋은 걸 알겠어요."
에필로그
행복한 삶을 사는 건 타인이 아닌 나의 마음가짐이다.
심하게 남의 눈치를 보며 살 필요도 없고 불행한 일에 너무 오랜 시간
마음을 쓸 필요도 없다.
비 온 뒤에는 또 맑은 날이 찾아오는 법이니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주머니에 하얀 돌과 검은 돌을 똑같이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오늘 하얀 돌을 집었다면 다음에는 검은 돌을 집게 될 것이고
검은 돌을 집었다면 그다음은 분명히 하얀 돌을 집는 날이 올 것이다.
다만 그 중간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나 자신을 기억하고 그냥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가끔은 내일 무슨 일이 생기고 모레는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미리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그러면 인생이 너무 재미없을 것 같기도 하다.
다음 주 로또에 당첨되는 상상만으로도 나는 일주일이 행복하니까...
책을 읽는 내내 드라마 '도깨비'를 떠올리면서 지은이라는 캐릭터에
유인나 배우의 이미지를 상상했다.
사람들에게 반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말투도 어딘가 비슷하다.
어쨌든...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