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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by 타임러너 2025. 1. 28.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불안정한 사랑에 대한 소설

"사랑을 믿으시나요?"라는 질문에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라고 대답하는 작가는 사랑의 영원성에 대해 믿지 않는다.

역시나 그녀의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사랑은 서로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남녀 사이의 순애보가 아니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그녀를 외롭게 만들고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의 곁에 변함없이 머물러 주기를 바라면서도

내색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자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는 마치 그가 가진 모든것을

그녀에게 줄 수 있을 듯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한다.

이렇듯 완벽하지 않은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아가는 점이

이야기의 현실성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가

잘 묘사된 작품이다.

 

 

소설의 줄거리

작가가 24살에 집필했다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작가가 끝에 꼭 점 세 개가

붙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는 작가의 나이가 의심될 만큼

인물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진 소설이다.

 

오래된 연인이지만 애인으로써 완벽한 폴을 두고 매춘부들에게 한눈을

파는 로제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관계를 유지하는 폴은

함께 한 시간이 긴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이런 서로에 대한 익숙함을 두 사람은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는 그들에게 어느 날 시몽이라는 스물다섯 살의

젊고 잘생긴 변호사가 나타나고 그는 노골적으로 자신보다 14살이나

많은 폴에게 관심을 표한다.

 

소설의 제목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서 음악에 관한 이야기로 

착각하기 쉬운데 사실 이 제목은 시몽이 폴에게 첫 데이트를 신청할 때 

했던 대사이다.

폴과 시몽 사이에 브람스 연주회가 큰 매개가 된 것이 아닌데

제목이  이렇게 붙은 것은 14살 연상의 클라라 슈만을 짝사랑했던 

브람스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폴은 자신에게 소홀한 로제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던 중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젊은 시몽에게 잠시 마음을 빼앗기지만

지금은 폴을 자신의 전부인 것처럼 뜨겁게 사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시몽의 사랑도 변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기에 폴과 함께하는 동안에도 로제를 잊지 못한다.

 

한편으로 로제도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는 폴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폴에게 돌아오지만 소설의 마지막에 보이는 로제의 모습을 보면

그의 태도는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폴도 둘의 사이가 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 없이 그저

익숙한 편안함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폴을 만나고 첫눈에 반한 시몽은 젊은 나이답게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젊은이이다.

폴을 만나면서는 일도 내팽개치고 그녀에게만 집중할 만큼 폴을

사랑하지만 그의 그런 맹목적인 사랑은 폴을 기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다른 선택을 했지만 폴이 시몽을 떠나지 않았다면

시몽과 폴의 관계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할 거라던 그의 말대로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에 관하여...

프랑스 남서부 카자르크에서 태어난 프랑수아즈 사강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이다.

'사강'이라는 필명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따왔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일생을 보면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즐기면서

그야말로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다 갔다고 

말할 만큼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는데

 

두 번의 이혼 후 "결혼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라는 말을 하고

코카인 소지 혐의로 기소된 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