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다방 킷사텐
앞서 포스팅했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는
구보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들렀던 '끽다점'이
자주 등장한다.
담배를 태우며 차를 마시고 레코드를 듣는 옛날식
다방을 당시에는 '끽다점'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끽다점은 일본의 킷사텐을 한자 그대로 읽은 것으로
'차를 즐기는 가게'를 말한다.
이렇게 일본에서 건너온 끽다점은 당시 경성에서도
지식인들의 아지트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오래된 킷사텐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는 '학림다방'과
최근에 핫플레이스로 인기 있는 을지로 다방 몇 군데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
나쓰메 소세키와 다자이 오사무의 흔적을 킷사텐에서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이상이 운영한 다방 '제비'에서
그와 그의 문학동지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값진 장소가 될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기에
그 아쉬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카페와 킷사텐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100년 전 일본의 카페는 술과 유흥이 공존하는
장소였다. 그래서 문화인들의 살롱이나 차를 파는 곳은
'킷사텐'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카페와 구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스타벅스나 도토루 커피 등 신식 카페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오래된 레트로 분위기가 나는 곳은
킷사텐으로, 그렇지 않은 곳은 카페로 분류하고 있다.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그 매력을 더해가는 도쿄의
킷사텐들과 그 안에서 함께 역사를 써간 일본 문학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접해보자.
킷사텐에 얽힌 사연들
고서점 거리로 유명한 진보초에는 좋은 킷사텐이
유난히 많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란보'는 출판사의 방 한 칸을
개조해 만든 킷사텐이었다.
란보가 개업하면서 선물로 '란보쇼'라는 소책자를
제작해 나눠줬는데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자이 오사무 등 많은 문인들의 글이 실려있어
그 자체로 놀라움을 준다.
2022년에는 한 고서점의 주인이 란보의 주인을 그린
다자이 오사무의 그림을 발견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란보가 사라진 것과 달리 비슷한 시기에 진보초에서
영업을 시작했던 '라드리오'는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드리오는 일본에서 최초로 비엔나커피를 판매한
가게이다.
가게의 벽에는 그림과 조각등 예술작품이 많은데
이는 이곳에서 커피값을 작품으로 치른 손님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긴자에는 일본에 킷사텐을 대중화시킨 '파울리스타'가 있다.
1987년에는 존레넌과 요노요코가 3일 연속 이곳에 방문해
커피잔에 사인을 하기도 했다.
파울리스타는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 동인지 '창조'에도
등장하는데 김동인과 주요한이 하숙집에 들어가기 전
파울리스타에 들러 커피시럽을 샀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
지는 곳이다.
일본의 유명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는 신주쿠 킷사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가 소년이던 시절 신주쿠에는 재즈킷사가 서른 곳이 넘었
다고 하니 그를 음악가로 만든 것은 킷사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라이브보다는 음반을 들려주는 킷사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1961년에 개업한 '더그'는 음악이
주인공인 킷사텐이다.
'더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도
등장하기에 그가 재즈 킷사를 좋아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그는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피터 캣'이라는
재즈킷사를 7년 동안 운영하기도 했는데 재즈를 너무
좋아해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듯 각 지역의 킷사텐은 나름의 주제가 있고
유명인들과 얽힌 스토리를 품고 있어 그곳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정취를 느끼는 것 만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언젠가 다시 도쿄를 찾게 된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킷사텐에 들러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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