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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by 타임러너 2025. 6. 18.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금은 잊힌 여순사건

해방 후에도 제주도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이념이 대립이 심했다.

제주도민들은 미군정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불만이 컸고 이는 좌익 성향의

무장대 조직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1947년 3.1절 행사에서 경찰의

발포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한 반발로

무장대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

결국 이를 진압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군을

투입하는데 정부의 진압작전은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로 이어져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그런데 당시 제주도 진압 작전에 반대하던

군인 중 일부가 1948년 10월 여수와 순천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동족을 상대로한 진압작전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반란군은 여수와 순천지역을 장악하며 

정부와 대립했는데 정부는 진압과정에서

좌익성향이거나 그렇게 의심되는

지역 주민들까지 모두 체포, 학살, 고문하며

지역 주민들의 반감을 산다.

이로 인해 빨치산 활동이 확대되었고

여순사건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주로 산악지대를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다

대부분 잡혀 감옥으로 끌려갔다.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들은 결국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 사회에서 

재활할 수 없을 정도의 삶을 살았고

그들의 가족은 결혼, 취업, 교육 등의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차별을 당해야만 했다.

조선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연좌제의 고통은

이들 가족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사회적 고립을 초래했고 이는 그들에게

더할 수 없이 큰 상처로 남았다.

 

그러나 1980년 후반에 들어서며 

제주 4.3 사건과 여순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1990년대 초반부터는 연좌제 폐지와

함께 이들의 가족도 사회적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줄거리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정지아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그녀의 부모는 여순사건 때 지리산에 숨어

동지들의 수많은 시신을 수습하면서도

자신들은 살아남은 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때 죽어 가족이 본인 때문에

사회에서 차별당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안보는 것이 운이 좋은지,

살아남아 그 모든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

운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꼬장꼬장하게

사회주의의 신념을 부르짖던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가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었다.

평생을 진지하게 살다 간 그의

삶을 작가는 아버지의 상을 치르는

동안 절절하게 되새긴다.

 

조문객 중에는 아버지와 함께 지리산에

들어갔던 형을 둔 아버지의 국민학교 

동창이 있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다 학도병으로

끌려간 친구는 형과 누나들과 친구가 있는

산을 향해 총을 겨눠야 했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육사에 합격했다가

빨치산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떨어졌던,

지금은 암에 걸린 사촌오빠도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빨치산이 아니었다면

그의 인생이 조금은 달랐을까...

 

아버지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작은아버지는 한동네 살면서도 

아버지를 원수처럼 여겼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형의 소재를 

묻는 군인들에게 친절하게 본인의

집을 가르쳐준 뒤 그 군인들이 

쏜 총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을이 불에 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작은아버지는 평생 술을 마시며

그날을 잊기 위해 몸부림쳤다.

 

작은아버지가 아버지를 미워한 것은

아버지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해서도

아니고 아버지가 빨치산이 여서도 

아닌 본인의 잘못에 대한 후회와 

누구에게도 진심을 털어놓을 수 없는 

설움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평생 남보다도 못하게 살았던

작은아버지는 아버지 발인날

찾아와 통곡을 하며 울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도 과거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기를...

 

그 밖에도 책을 많이 보고

시대를 앞서갔던 아버지로부터

도움 받았던 많은 이들이 아버지

가시는 길에 찾아와 서울에 사는

딸은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지리산에서 운 좋게 살아난 아버지는

이른 나이에 아무 죄 없이 산에서 죽어간

동지들의 몫까지 열심히, 이타적으로 살았다.

 

 

 

제주 4.3 사건까지는 많이 접해서 

알고 있었지만 여순사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전라도에서 자라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이 많이

있는 걸 보면 어쩌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빨갱이'라는 단어에 대한

적대감이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정치적 이념만으로 갈라 치기 하는 

것이 아닌, 옳고 그름이 기준이 되는 

세상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본다.